대화의 무게

본문
박신후 (우송대학교 IT융합학부 교수) 2021.05.07
아주 오래 전 머리싸매고 공부해야 할 시기에 익힌,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힘든 물리학 식이 있다.
F = m x a
힘(F)은 무게(m)와 가속도(a)의 곱으로 표현되는 뉴턴의 운동법칙을 표현한 식이다. 무게가 무거울 수록, 가속도가 증가할 수록 물체의 운동량은 커진다.
뉴턴의 운동법칙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도 있다. 물체 a가 다른 물체 b에 힘을 가하면 b는 a가 가한 동일한 힘으로 a를 밀어낸다.
또한 물리에서 충격량은 운동량과 시간의 함수이다. 운동량이 클 수록, 시간이 길수록 충격량은 커진다.
삶을 살면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관계를 가지며 살아야 한다. ‘나’를 인정해줄 ‘너’라는 존재가 없다면 ‘나’의 존재 자체가 정의 되어질 수 없기에 관계는 인간 존재의 숙명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는 관계의 무게는 우리를 짓누르기도하여, 때로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혹은 보호하기 위해 관계 내에서 힘겨루기를 한다. 대상, 역할, 상황에 따라 나를 약한 수용자로 나타내는가 하면, 어떤 때는 강력한 폭군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 순간 자신의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힘의 표현은 관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충돌을 가져오게 되고 뜻하지 않게 마음의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작은 의견 차이로 시작한 단순한 부딪힘 조차, 그렇게 원한 것은 아니었을 지라도, 어느 순간 감정의 폭팔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인지한 내용만으로 이미 감정의 통제를 넘어서버려 예리한 칼날에 감정을 실어 상대를 추궁한다.
부모와 자녀의 만남과 관계 역시 그러하다. 사소한 일 부터 심각한 일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부딪힘 이전에 다양한 무게의 대화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우산을 깜박하고 두고 온 무겁지 않은 얘기를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거나, 무거운 얘기를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너무 빠르게 공격하기도 한다.
뉴턴의 법칙에서 보면 더 무거운 무게와 속도는 더 큰 충격을 안겨 준다. 충격은 고스란히 작용과 반작용 법칙처럼 나에게로 되돌아 온다. 가끔 상대가 수용하는 듯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똑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나에게 되돌아 온다.
우리는 대화에서 무게와 시간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심각해 보이는 주제도 가능하면 무게를 조금 덜어내고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내가 무게를 들어내면 상대도 무게를 같이 덜어낸다. 작용과 반작용이다. 무게가 가벼워지면 충격량도 크지 않다. 따라서 보호를 위해 감정에 묻혀버리는 파충류의 뇌를 소환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한 심각한 대화에서는 시간적 공간이 필요하다. 빠르게 가속을 부쳐 얘기를 던지면 이 또한 충격이 크다. 한 호흡의 여유는 충격을 감싸고 서로를 보호해준다. 우리 대화에서 무게와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게 되면 상대의 존재가 보이고 대화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게 된다.
성찰질문:
나는 자녀에게 얼마의 무게를 실어 대화를 하는가?
나는 자녀와의 대화에서 한 호흡의 여유를 만들고 있는가?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