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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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1-08-22 17:50 15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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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현(남서울전문학교 교수/With J 코칭상담연구소장)
  
   학생들을 상담하다보면 부모의 역할과 부모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개인의 장애행동이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결함이 있는 가족 체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관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울증과 충동조절장애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는 한 학생이 있었다. 자취를 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을 챙겨주는 정 많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충동적이고도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혼자 있는 것을 힘들어하면서 공허함으로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고 늘 말하곤 했다. 화를 불같이 내기도 하고 환청이나 환시가 보인다고 해서 주변 학생들을 두려움에 떨게도 만들고 특히,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는 날에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폭식을 하거나 자해를 하거나 충동적인 성적 행동을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껏 어느 학생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장 힘든 성격특성을 보이는 이 학생과 일주일에 한번은 꼭 식사를 함께하려고 애를 썼고 차츰 그는 나를 허물없이 대하고 내게 심리적인 어려움과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학생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학대라는 것에 대한 인식과 부모로서의 바람직한 훈육에 대한 지식이 자라면서 아버지가 본인에게 했던 행동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결혼과 가족’이라는 과목의 수업에서 부모님을 인터뷰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그는 그의 아버지에게 ‘사소한 잘못에도 왜 그토록 가혹하게 몽둥이 찜 질을 해야 했었나요.’라고 물어보았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행동이 자식이 성장한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큰 상처가 된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다 맞으면서 크는 거야. 아빠는 더 맞고 컸어.’라고 하면서 사과는 커녕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큰 소리를 질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Freud는 인간의 성격형성이 초기의 경험 즉,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고 보았는데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들은 유전적 요인으로도 기인하지만, 이렇듯 어린 시절에 아동학대를 경험하거나, 애착대상자와 분리되는 등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을 때에도 아동의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심한 경우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성격장애로까지 이어 질 수 있다.   성격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는가, 문제가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행동할 건가 등의 문제들을 아이들은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배워가는 것이다. 그만큼 부모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 듯 인간은 가정 안에서 사랑받고 존중받으면서 정체감이 형성되고 발전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나에 대한 정체성 형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인 대인관계도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는 감정상의 문제로 연결되어 정서가 침체되거나 폭발하거나 격앙 되거나 하는 감정의 불안정성의 결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예민한 아이였던 그 학생이 아버지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할 때 나이가 어리고 무심했던 어머니는 그 상황에 무력하게 대처했고, 그 상황을 외면했고, 일상의 양육 상황에서도 그 아이를 방임적으로 양육했다. 그의 아버지는 작은 일에도 가혹하게 벌을 주는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그 아이를 학대함으로서 그 아이는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이 형성됐고 그로 인해 대인관계가 불안정하고 자기를 부정하며 반복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행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성격으로 자라게 된 것이다.  

  다른 학생들보다 더 예민한 성격을 가진 그 학생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정서적 민감성을 가졌기에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으로부터 학대받는 환경, 트라우마를 계속 경험하게 되는 환경 속에서 더 크게,더 많이 상처받고 자기를 부인하게 되어 마음이 병들고 분노를 저장하게 된 것이다.

  ‘요즘 그런 부모가 어디 있어? 옛날에나 못 배워서 그렇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주변에는 자녀의 양육과 아동학대에 대한 정보와 부모교육이 시급한 부모 및 예비부모들이 너무도 많다.  
   안타깝지만 내가 그 학생을 어느 정도 파악할 만 할 때 쯤 사건이 하나 터졌고 그렇게 그 학생은 나를 떠나게 되어 우리의 인연은 끝이 났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 학생의 이름은 내 책상 위 포스트잇에 적혀있고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묵상하면서 우리 부모가, 교사가,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산적해 있음을 느낀다.


  성찰질문  1. 나는 자녀의 부정적 감정에도 귀 기울이는 부모인가?
  2. 내가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이 내 감정의 화풀이는 아닌가? 내 자녀의 발달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행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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