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시장에 좀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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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소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ICF 코리아챕터 부회장
여름휴가를 앞두고 몇 개의 과정을 몰아서 진행했다. 집에 돌아오니 한 주간의 피로가 몰려온다. 수정해야 할 원고와 요청받은 강의안 준비가 남아 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쉬었다가 하려고 아내에게 말하고 일찍 잠을 청했다. 2시간 정도 잤을까? “여보, 내일 우리가 교회 식사 당번인데 깜빡 잊고 있었어요. 저랑 시장에 좀 갔다와요” 라고 말하며 내 몸을 흔든다. 아직 좀 더 자고 싶고, 시간은 이미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 잘 가던 시장 입구 큰 마트는 문을 닫았을 것 같았다. “마트 문 닫지 았을까요?”하며 별로 내키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좀 같이 가봐요” 하는 아내를 보며 갈등이 생겼다. 피곤은 하고 해야 할 일은 쌓여있고 아내는 함께 해달라고 한다. 순간 오래전에 봤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영화 속에서 할머니가 새벽녘에 화장실을 가면서 할아버지에게 함께 가달라고 한다. 이때 보통의 할아버지나 남편이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대부분 ‘지금 뭔 어린애 같은 소리를 하는거냐’며 핀잔을 주거나 ‘달이 밝으니 혼자 다녀오라고’ 하며 아내의 간청을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할아버지는 기꺼이 동행을 해준다. 거기다 자신이 볼 일을 보는 동안 어디가지 말고 문밖에 서서 무서우니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볼일을 보는 동안 그리고 볼일을 다 보고 나온 후에도 노래를 계속해 준다. 이것이 70년 넘게 신혼같은 부부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며 온 국민을 감동시킨 이유가 아니었을까? 바로 스턴버그가 이야기한 사랑의 모범을 보여준 것이다.
심리학자 스턴버그는 사랑에는 3가지 요소가 있다고 했다. 부부가 결혼전이나 신혼초에 나눴던 연애의 감정, 즉 안 보면 보고 싶고 함께 있으면 헤어지기 싫은 ‘열정’의 요소와 친구처럼 이런 저런 사소한 것까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즐기는 ‘친밀감’의 요소, 하기 싫은 일이지만 배우자를 위해 기꺼이 해주는 ‘헌신’의 요소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속 노 부부는 이 세 가지를 다 실행하고 있었다. 봄이 오면 꽃을 꺽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 주며 이쁘다고 말해주고 여름이면 물을 뿌리며 장난을 친다. 가을이면 낙엽을 서로에게 뿌리며 장난을 치고 겨울이면 눈을 던지며 애정을 표현한다. 어디를 가든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서로를 만지고 쓰다듬으며 사랑을 표현한다. 아내가 해준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말해주고 서로가 원하는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며 노력을 한다.
연애할 때와 신혼때는 모든 부부가 이 세가지 요소가 높은 점수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하지만 행복한 부부들은 이 세가지 요소가 균형잡혀 있고 높은 점수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결혼 후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서로를 보면서 멋지다고 말해주고 예쁘다고 표현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 각자 자신의 매력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작은 것도 칭찬하고 긍정을 표현함으로써 친밀감을 쌓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기 싫지만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의지를 내야 하는 것이다.
아내가 지금 나에게 원하는 것은 바로 이 세가지 요소 중 세 번째인 헌신의 요소를 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의지를 내지 않으며 실천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얼른 태도를 바꿔 “알았어요, 빨리 다녀옵시다“하며 옷을 입고 앞서 나선다.
‘나는 오늘도 나의 아내를 사랑해 버리리라’ 라는 결심을 하며...
성찰질문
1. 여러분의 사랑의 삼각형 점수는 각각 몇점인가요?
2. 세 가지의 점수를 균형있게 높은 점수로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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