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에 존중하고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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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남( 남서울대학교 대학원 코칭학과 박사과정
한국코칭학회 상임이사 / 커리어코치협회 상임이사)
아들이 10살 무렵에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같은 곤충을 키우고 싶다며 사 달라고 매일같이 졸라 대던 그 해 여름, 킨텍스에서 열린 곤충박람회에서 장수풍뎅이 암수 한 쌍과 가족의 연을 맺게 되었다. 행사 가격이라며 동네 마트보다 싸게 파는 마케팅에 넘어가고 말았다. 물론, 아내가 함께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과의 인연이 시작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내는 곤충을 포함한 모든 애완동물들과 가족의 연을 맺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수풍뎅이와 연연을 맺은 그날부터 우리 가족은 아내와 아들, 나, 그리고 장수풍뎅이 부부로 구성되었다.
가족과 장수풍뎅이 구매를 애기하다 보니, 가장인 내가 그깟 몇 만원 정도도 아들을 위해 쓰지 못 하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집 권력서열 상 나는 그 정도 위치다. 우리집 서열은 거의 모든 가정이 그렇듯이 서열 1위는 아들의 엄마인 내 아내다. 그리고, 서열 2위는 애지중지 돌봄을 받는 아내의 아들이고, 아내의 남편이자 아들의 아빠인 나는 서열 3위. 다행히, 장수풍뎅이에 밀려 서열 4위는 아니다.
가족 간에 서열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저자가 나름대로 가족 서열을 생각한 것은 높낮이를 가른다는 의미보다 가족이라는 소속감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천 백 년대 8세 전후의 아동들에게 유학을 가르치기 위해 쓰여진 수신서인 소학에서도 ‘가족은 소속감을 가지고 서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일화가 있어 소개한다.
“강주 진씨(江州 陳氏)의 한 종족이 칠백 명이나 되었다. 식사를 하게 되면 언제나 한데 모여 장유(長幼)가 질서 있게 밥을 먹는다. 또한 개를 백여 마리 기르는데, 역시 한 우리에서 먹이를 먹는다. 그런데, 개 한 마리만 오지 않아도 모든 개가 그 개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먹지 않는다. 사람의 화평(和平)이 짐승에게까지 미쳤다.”
일화에서처럼 우리 가족은 장수풍뎅이 부부를 가족으로 함께 하기 위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했다. 장수풍뎅이 양육은 아들이 전담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름도 아들이 지어 주는 것이 의무감을 더해 주는 것이 생각하고 아들에게 맡겼다.
암수 한 쌍인 장수풍뎅이를 한참 동안 지켜보던 아들이 수컷의 이름을 먼저 지어 주었다.
“음~~수컷은 남자니까, 사위! 암컷은 여자니까 며느리!”
이 얼마나 신통 방통한 이름인가? 1년이 지난 후, 사위와 며느리는 수많은 후손을 남기고 아파트 단지 내 소나무 밑에 묻혔고, 그 자손들 중 일부는 방생해 주었으며, 몇은 분양해 주었다. 우리 가족은 2018년 겨울까지 암컷 두 마리, 수컷 한 마리와 함께 살았다.
그렇다면, 가족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번째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다. 장수풍뎅이에게 이름을 붙여 주어 가족임을 선언하는 의식을 치루 듯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함께 여행을 가거나 같은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여행을 싫어하거나 관심있는 분야가 달라 취미를 함께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각자의 활동을 인정하며 관심과 격려를 표현해야 존중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무관심은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가장 강력하고 부정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방법은 배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위에서 소개한 소학의 강진 주씨 일화처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나 부득이한 상황에 처해 있는 가족 구성원에게 나머지 구성원들이 충분한 배려를 하는 것이다. 부득이한 외부 상황과 더불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발달이 늦어 또래 수준보다 활동이 부자연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이 또한 가족들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가족은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이루는 기본이다. 사회가 관계로 이루어져 있듯이, 가족 역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데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가족 구성원 각자에게 이름이 있듯이, 모두가 소중한 존재다. 아들이 장수풍뎅이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도 소중한 존재로 인정하고 사랑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가족 내 서열은 중요하지 않다.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찰질문:
1. 가족 구성원들의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가?
2. 가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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