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자녀교육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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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의(오감발달연구소 교육이사)
이른 아침에 잠을 자다가 손주가 밤새 열이 났었다는 전화를 받고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달려갔다. 미지근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작고 작은 몸의 열을 식히며 그 여린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길 간절히 기도하며 마사지를 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일은 친구가 얼마 전 학교 교사인 딸이 쓰러져 하늘나라로 보낸 일부터 생각나게 했다.
코로나로 염려가 가득해진 세상에 갖가지 걱정을 내게 더해주며 별별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병동에서 너무나 작고 연약한 몸을 만지며 항암치료 등 모든 치료를 받고 있을 아이들 생각과 돌보는 부모들 생각에도 마음이 아파졌다. 사람이 태어나 얼마나 크고 작은 어려운 질병과 사고와 사건 등을 많이 만나며 성장해가는지를 생각하니,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 특히 어린 아이들에 대한 연민이 들었다.
한 생명이 태어나서 성장해서 성인이 되기까지 마음졸이며 돌본 부모님들, 조부모님들, 선생님들, 이웃들이 있었다. 이번 주간에 내 강의를 듣는 청년 중에는 장애아 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살면서 겪은 초등학교 시절 왕따 사건과 소화장애, 우울증에 대해 들었다. 사회 뉴스 면에서는 자녀 학대와 자녀 유기 사건으로 동물 모습보다 못한 부모의 이야기로 연일 도배를 한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만나며 화가 나고 속이 상하는데, 반성에 반성하고 연민의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한 생명이 태어나면 아플까? 장애를 입을까? 사고가 날까? 부모와 조부모들은 노심 초 사해 한다. 한 생명의 소중함이 마음 깊이 생명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해지고,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있기를 바란다.
반면에 이런 글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필라델피아 목회자의 글을 인용해서 올리고자 한다. 미국에 이민을 한 가정의 이야기이다. “이민을 한 자녀는 자신이 언어 문제로 힘들어하고 친구들과 잘 사귀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엄마와 아빠가 불쌍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녀는 그것을 이용하려고 했다. "아빠, 난 학교에 가기 싫어. 왜냐하면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나는 집에서 엄마랑 그냥 공부할래." "아빠, 나 다른 학교로 옮겨줘. 친구들이 나한테는 인사를 잘 안 해. 나 심심해." 학교를 한번 옮기는 과정에서 아이는 무엇인가 '학습'한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부모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작은 의무나 책임들을 피하려 하기도 했다.
문제점은 부모에게도 있었다. 부모는 "어른들도 힘든데 애가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말하면서 자녀에 대한 연민을 버리지 못했다.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되는 상황, 선생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는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교실에서 애가 얼마나 힘이 들까… 얼마나 외로울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그러다 보니 자녀의 게으름이나 각종 핑계들을 인정해주고 작은 요구를 들어주게 되었다. 자녀에 대해 느끼는 연민이 오히려 자녀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떤 부모는 지나치게 강한 교육의 원칙을 사랑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떤 부모는 세심한 배려를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떤 부모는 자녀를 동정하고 이해하고 자녀의 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연민을 느낄 때 그 자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의 연민 속에 안주하게 된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과 책임지는 일 사이에 부모의 연민이 개입하게 되면 자녀는 성장하는 시기에 배워야 할 여러 가지 인격적 덕목을 놓치게 된다. 때로는 어려운 환경도 이겨야 하고, 때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때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이 싫어하는 일에 대해서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자녀가 배워야 할 이런 건강한 판단과 실천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은 어쩌면 부모의 연민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강한 자녀 사랑은 막연한 동정심에 의한 연민을 극복한 사랑이기 때문이다”라는 글도 있다.
모든 부모의 자녀 교육 목표는 자녀가 한 사회 속에서 스스로 자기 삶의 자리를 개척하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부모로서 자녀를 연민의 마음으로 소중하게 여기며 존중해주고, 연민이 자녀교육에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자녀교육을 건강하게 풀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성찰질문〉
1. 나는 생명이 잉태되어 성장하는 모든 과정의 돌봄을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자녀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고 있는가?
2. 부모의 연민이 갖는 지나친 수용과 공감으로 자녀에 대한 건강한 판단력을 놓치고 있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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