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게 듣고 담아내기]

본문
박신후(우송대학교 IT 융합학부 교수)
자녀와의 대화는 어떤 사건, 이슈, 이벤트등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학업성적, 교우관계, 생활 습관, 취미생활 소비 등등.. 많은 사건과 일들이 서로 부딪히고 얽혀 감정이 일어나고 이는 대화로 해결(또는 해소)를 하게 된다.
“엄마, 잠깐 얘기 좀 해요”, “길동아 나랑 얘기 좀할까?”, “ 철수야 이리와서 좀 앉아봐..”.. 이렇게 시작한 대화는 목적을 가지고 대화에 임하게 된다. 즉, 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훈육을 하거나 또는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거나 아니면 내 마음의 안정을 취하거나….
코칭에서는 구조화된 대화모델을 제시한다. 사실 대화모델이란 용어 자체가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조화된 대화는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 가게 된다. 물론 고객은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와 주제를 가지고 코치를 찾아오며 코치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 이럴 때 구조화된 모델은 유용하다. 대화의 흐름에 힘을 가지고 있고 대화 도중 주제와 벗어난 얘기를 할 경우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고 다시 주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대화를 만들어 갈 수 있게 한다.
이제 자녀와의 대화로 다시 돌아가보자.
코칭을 배우고 훈련을 했음에도 자녀와의 대화는 여전히 힘들다. 대화모델을 생각하고 배우고 익힌 모든 skill을 총 동원해보지만 결과는 여전히 신통치 않다. 물론 부모라는 이름의 ‘에고’가 발동하여 좀 더 중립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덧붙여서 나는 여기에 또다른 이유를 생각해본다.
코칭에서 “지금-여기” 와 “프레즌스”를 얘기한다면, 지금 이 순간 자녀가 주제를 벗어나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지금-여기” 현재의 상태인 것은 아닐까? 그러한 대화 방식이 지금 이 순간 벌어지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때로는 코칭에서 배운 주제/목표에 대한 생각이 자녀와의 대화에서 오히려 방해요인이 되지는 않는 건가?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굳이 주제를 끌고간다면 이것은 프레즌스인가?
내러티브 코칭에서는 자신이 풀어놓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 가치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상황의 묘사와 등장인물, 그리고 그들의 특징과 행위를 표현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투사한다고 한다. 그러하다면 자연스럽게 혹은 의도적으로 대화의 방향과 분위기를 바꾸는 자녀 또한 이 순간 그들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부모가 담아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자녀와의 대화에서 주제와 목적, 목표와 같은 것들을 내려놓고 오롯이 자녀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끝이 나게 될 지 호기심과 궁금함을 가지고 귀를 기울일 것을 제안 해본다.
성찰질문:
1. 나는 자녀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가?
2. 나는 지금 대화하는 자녀의 현재를 인정하는가?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