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 대화 속 의미전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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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 대화 속 의미전환의 힘
글: 양석화 / 남서울대학교 코칭학과 박사과정
“과거의 사실이 현재에도 존재하는가?”
이 물음에 나는 단호하게 ‘예’라고 답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갈등, 감정의 파도, 인간관계 속 충돌은 단지 ‘지금’ 이 순간에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과거의 경험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더욱이 그 과거는 때때로 왜곡되거나 삭제되거나 일반화된 형태로, 우리 안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으며, 현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NLP(Neuro-Linguistic Programming, 신경언어프로그래밍)에서는 인간의 경험을 ‘오감을 통한 입력 → 지각적 여과 → 내적 상태 → 언어와 행동의 표현’이라는 구조로 설명한다. 즉,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긴 ‘의미’는 마치 안경처럼 우리의 세계를 바라보는 틀이 된다. 그리고 이 틀이 곧 우리의 ‘준거틀’이다.
문제는 이 준거틀이 너무 오래되고 굳어질 때 발생한다. 타인의 말이나 행동이 내 기준과 어긋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부정당함’으로 인식하고, 예상보다 훨씬 격한 감정 반응을 보인다. 과장된 분노, 슬픔, 수치심은 단지 현재의 사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과거에 형성된 감정의 잔재, ‘그때 못다한 말’, ‘인정받지 못한 마음’이 숨어 있다.
예컨대, 어릴 적 부모에게 “너는 왜 그렇게 느리니?”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사람이 성인이 된 후 직장에서 “좀 더 빨리 해줄 수 있을까?”라는 말 한마디에 과도하게 위축되거나 분노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업무 요청을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메시지로 해석해버리는 과거의 의미부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반응을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할까?
NLP 코칭은 여기서 **‘의미전환(Reframing)’**이라는 강력한 접근을 제안한다. 의미전환은 어떤 사건이나 경험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해석과 감정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그 과거에 우리가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선택할 수 있다.
의미전환은 마치 마음의 렌즈를 갈아 끼우는 것과 같다.
내가 겪은 실패를 ‘무능력함’이 아니라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한 시도’로 바라보는 순간, 그 경험은 나를 옭아매는 족쇄에서 성장의 디딤돌로 변모한다. 타인의 날카로운 말 속에서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 대신, 그 사람의 불안이나 미성숙함을 보는 눈이 생기면, 나는 상처 대신 여유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그것은 각자의 세월, 경험, 준거틀이 부딪히는 복합적인 소통의 장이다. 그래서 어떤 말은 단순히 ‘말’이 아닌 ‘기억의 방아쇠’가 되고, 어떤 표정은 ‘과거의 상처’를 다시 꺼내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안에서 자각하고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지금 나는 어떤 과거의 의미를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 답답해진 마음으로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지금 당신은 어떤 의미를 붙잡고 있는가?
그 의미는 여전히 유효한가?
이제 놓아줄 때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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