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뇌, 쇼츠에 갇혀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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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모교육학회
2025-05-14 11:56 5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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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뇌, 쇼츠에 갇혀 있지는 않나요?

 

현미순 (아르케심리코칭연구소장. 남서울대학원 코칭학 박사생)

 

디지털 시대 아이들의 뇌 건강 적신호

혹시 아이들이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짧은 영상만 반복해서 보는 모습이 걱정되시나요? 영국 옥스포드 사전은 이미 '뇌 썩음 (brain rot)'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며, 저품질 온라인 콘텐츠의 과도한 소비가 뇌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러한 디지털 환경은 어떤 그림자를 드리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EBS 초대석에 출연한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와의 대담 내용을 바탕으로, 짧은 영상 콘텐츠(이하 '쇼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우리 아이의 뇌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고민을 함께 시작해 보겠습니다.

 

쇼츠의 달콤한 유혹, 뇌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저 역시 쇼츠를 보기 시작하면 어느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는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엔 '잠깐만 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짧은 영상의 유혹에 빠져 계획했던 일들을 미루게 됩니다. 어른인 저도 이러한데, 아직 자기 조절 능력이 발달 중인 아이들은 어떨까요?

우리 뇌는 에너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환경에서 요구하는 학습 방식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시킵니다. 스마트폰과 쇼츠로 대표되는 디지털 환경은 아이들에게 즉각적인 재미와 반응을 제공하며, 짧고 자극적인 형태의 학습에 익숙해지도록 만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긴 호흡으로 생각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은 점차 퇴화될 수 있습니다. 마치 뇌 안의 다양한 학습 시스템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빠르고 단순한 자극에 반응하는 시스템만 발달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담당하는 시스템은 위축되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이인아 교수는 쇼츠와 같은 짧은 동영상 시청을 반복하면 깊이 생각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심지어 짧은 신문 기사조차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는 우리 아이의 뇌가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맥락을 잃어버린 뇌: 해마의 위기와 사고력 저하

이러한 쇼츠 중심의 학습 환경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뇌 영역 중 하나가 바로 해마입니다. 해마는 단순히 피상적인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공간, 대상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하여 복잡한 맥락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인아 교수는 맥락 학습이야말로 논리적 사고, 추론, 예측 능력의 근간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쇼츠 시청 위주의 학습은 해마가 관여하는 맥락 학습을 저해하고, 해마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해마 기능 저하는 단순히 기억력 감퇴를 넘어, 논리적 추론 능력 저하로 이어져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치 화가가 밑그림(맥락) 없이 그림을 그리려고 할 때 전체적인 조화와 깊이가 부족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의 덫: 갇힌 사고, 획일화된 시각

오늘날 아이들이 접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콘텐츠는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됩니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아이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만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인지적 편향성을 강화시키고, 다양한 관점을 접할 기회를 박탈할 수 있습니다.

뇌는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모델을 구축하는데, 알고리즘이라는 틀 안에 갇히게 되면 균형 잡힌 세계관 형성이 어려워지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기보다 배척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좁은 우물 안의 개구리가 넓은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우리 아이의 뇌를 건강하게 지키는 5가지 실천법

디지털 세상의 유혹 속에서 우리 아이의 뇌를 어떻게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까요? 이인아 교수의 연구와 실천적 조언을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5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 균형 잡힌 디지털 식단 만들기

아이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정해진 시간 내에서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접하도록 안내해 주세요. 쇼츠와 같은 짧은 영상의 시청 시간을 제한하고, 다큐멘터리나 교육용 영상 등 깊이 있는 콘텐츠도 균형 있게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지키는 '디지털 식단표'를 만들어 실천해 보세요.

2. 심층 독서 습관 기르기

책 읽기는 해마를 활성화하고 맥락적 사고를 훈련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매일 20-30분이라도 가족 모두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읽은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이었니?", "주인공이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같은 질문은 아이의 깊은 사고력을 자극합니다.

3. 신체 활동 늘리기

운동은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 세포가 생성되는 속도를 높이고 뇌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매일 최소 1시간의 활발한 신체 활동을 포함시키세요. 가족과 함께하는 산책, 자전거 타기, 공놀이 등 아이가 즐길 수 있는 활동이면 더욱 좋습니다. 신체적으로 활발한 활동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안이 됩니다.

4. 기억력 강화 대화 나누기

일상 속에서 아이와 나누는 대화에 의식적으로 기억 회상 요소를 넣어보세요. "오늘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뭐였어?", "지난 방학 때 갔던 곳 중에서 어디가 가장 기억에 남니?" 같은 질문은 아이가 경험을 회상하고 맥락화하는 능력을 키웁니다. 가족 앨범을 함께 보며 "이때 어땠어?" 하고 기억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5. 창의적 표현 활동 장려하기

그림 그리기, 글쓰기, 음악 만들기 등 창의적 활동은 뇌의 여러 영역을 통합적으로 사용하게 합니다. 디지털 소비자에서 창작자로 전환되는 경험은 아이의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줍니다. 만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 속에 담긴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도록 격려해 주세요.

 

지혜로운 디지털 양육을 위하여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쇼츠 시청을 막는 것보다, 뇌의 균형 있는 발달을 위한 지혜로운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모님부터 쇼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아이들과 함께 건강한 디지털 미디어 사용 습관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디지털 시대의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부모, 교육자, 그리고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부터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우리 아이의 빛나는 미래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성찰 질문]

우리 가정에서 아이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 패턴은 어떠한가? 쇼츠와 같은 짧은 콘텐츠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며, 이것이 아이의 집중력과 인내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관찰해 보았는가?

부모로서 나는 어떤 디지털 사용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가?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는 않는지, 나의 디지털 습관이 아이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 가족은 디지털 기기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이 충분한가?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비디지털 활동(독서, 보드게임, 야외 활동 등)을 정기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참고문헌

이인아 (2022). 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 21세기북스.

2. EBS 초대석-지금 당신의 뇌?

https://www.youtube.com/watch?v=bamf_1swO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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