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마음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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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마음이 먼저입니다
이경주(어린이집 원장)
얼마 전 어린이집 원아들과 함께 딸기 체험을 위해 농장을 찾았다. 당초 야외 체험을 계획했으나, 당일 비 소식으로 인해 급히 실내 체험장소로 변경해야 했다. 사전답사를 다녀올 여유도 없이, 네이버 리뷰만 믿고 예약을 진행했다.
체험장에 도착하니 아이들 키 높이만 한 딸기나무에서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딸기를 따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이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딸기 철이 끝물이라 딸기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곰팡이가 피어 있거나 크기가 작아 상품 가치가 떨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젊은 농장주는 아이들이 수확한 딸기 외에, 가정으로 보낼 딸기를 따로 준비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학부모로부터 항의 전화가 걸려 왔다. 체험비를 지불했는데 딸기의 상태가 실망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하원 하지 않은 원아의 딸기를 확인해보니 역시 품질이 좋지 않았다. 나는 즉시 농장 측에 새 상품으로 교환해달라고 요청했다.
농장주는 사진을 요청하며 “이런 일은 없었는데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다음 날, 다행히 신선하고 향긋한 딸기를 다시 전달해주었다. 나는 “사장님, 어느 정도는 그냥 넘어가려 했어요. 하지만 이 상태의 딸기를 가정으로 보낼 수는 없잖아요”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상황을 전달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제 탓이죠. 외국인 노동자가 실수해서 그런 거예요. 어린이집, 대박 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휑하니 돌아섰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멍해졌다. 실망을 감추기 어려웠다. 물론 그의 속상한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였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단지 농장주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다. 이 짧은 말로도 관계가 회복되고 마음은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심 어린 사과는 변명이나 해명보다 먼저 와야 한다. 상황 설명은 그 뒤의 일이다. 하지만 농장주는 ‘나도 피해자다’라는 말로 사과가 아닌 방어만 하고 돌아섰다.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고, 자신의 책임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 진정성 앞에서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용서를 생각하게 된다. 사과는 체면을 깎는 일이 아니라, 성숙함을 보여주는 용기다.
사과는 말보다 마음이 먼저다. 그것이 진짜 사과다.
<성찰질문>
1. 상대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2. 상대방에게 진심 어린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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