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어요.

허미경 (남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요즘 부모님들을 만나면 ‘외롭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특히 맞벌이를 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위로받을 곳이 없다고 합니다. 미디어 속 육아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자녀의 행복과 성장을 강조하다 보니, 부모의 안정감이나 위안은 소홀시되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회적 고립감과 육아 스트레스는 자녀와의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 부모와 자녀 모두가 심리적 안전지대를 상실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자녀들 또한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실제 친구들과의 직접적인 관계보다는 온라인상에서의 관계에 더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수업이 지속되면서,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심리적 안전지대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공동주택 거주자가 많아지는 현실 속에서,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과 같은 문제로 갈등이 생겨 이웃과의 관계는 점점 단절됩니다.

둘째, 가족 구성원이 줄고 개인주의적 문화가 확산되면서 친척 간의 왕래나 교류가 크게 줄었습니다.

셋째, 맞벌이 경우, 직장 내 긴장된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인 채 육아를 담당합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SNS나 맘카페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하지만, 온라인의 한계 때문에 비언어적 표현들이 잘 전달되지 않고 오히려 비교당하고 상처받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에 따르면,

인간은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심리사회적 위기를 겪는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사회와의 상호작용과 안정감입니다. 안정감을 잃어버리면 심리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고, 결국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과 급격한 변화 속에서 부모와 자녀가 겪는 어려움도 이런 심리적 안정감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의 심리적 안전지대 확보는 자녀의 심리에 연결된다는 명확한 사실에서, 부모가 안정감을 가지면 자녀에게도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자녀의 심리적 안정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작은 실천들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첫째, 부모의 일상 언어부터 긍정적으로 바꾸어보세요.

예를 들어, 자녀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니?”, "오늘 너를 힘들게 한 친구 있었니?"라는 질문은 자녀에게 부정적 사고를 먼저 떠올리게 하고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오늘 즐거웠던 일은 뭐였니?", "네 친구 000는 어떤 점이 좋아?"처럼 긍정적인 질문을 하면 자녀가 더 밝고 관계 가운데 안정감을 가지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며 이해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세요.

바쁘다는 이유로 자녀에게 질문을 하나 아이의 답은 끝까지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가 전하는 작은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며,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자녀에게는 큰 신뢰감을 줍니다.

셋째, 자녀의 관심과 흥미를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표현을 사용해보세요.

자녀들은 자신의 관심과 흥미들을 거부당하고 거절당하면 자존감을 지키며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관심사를 존중받을 때 자존감을 형성하고 건강한 사회성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넷째, 가정 내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협력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가정 내에서 협력과 사랑을 경험하면 사랑받는 존재라는 생각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부모의 심리적 안전지대는 자녀의 심리적 안전지대로 이어집니다. 부모와 자녀가 건강한 관계를 맺고, 화목한 가정 내에서 안정감을 누릴 수 있도록 작은 실천들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성찰질문 ]

우리는 평소에 자녀에게 어떤 질문을 가장 자주 하나요?

2. 자녀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3. 지금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양육 방법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