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랑 아빠는 정말 행복했어 - 형아가 된 내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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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정보대학 유아교육과 초빙교수 김태리
"엄마가 해줘!"
"어? 우리 금쪽이 혼자서도 잘 하잖아."
"해달라고! 혼자 못 한다고!"
"어라, 왜 우리 착한 금쪽이가 갑자기 떼를 쓰지? 다 큰 어린이가."
"나 학교 안 가. 엄마가 안 해주면 나도 안 할거야."
금년에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지인 P는 요즘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깨우치고 있다. 사실 하나랑 둘은 다를 거란 얘기도 익히 들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고, 워낙에 다부지고 책임감 있는 P의 성품상 수면 부족과 24시간 만성피곤도 어떻게든 스스로 이겨내면 될 자신과의 싸움일 뿐이었다. 뜻밖에도 문제는 P를 쏙 빼닮아 어른스럽기 그지 없는 첫째 아이가 어느 날부턴가 달라지면서부터 시작됬다고 한다.
갓난아기인 둘째에게 온 신경이 가다보니 아무래도 첫째에게 기울이는 시간과 노력이 그 전과 같을 수는 없었다. 사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큰 아이가 동생의 존재에 대해 큰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워낙에도 손이 안 가는 아이였던 첫째를 대견스럽게 생각하고만 있었다.
어느날부터인가 첫째가 전과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없던 생떼를 쓰기 시작하고, 응석이 많아졌으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악을 쓰고 울기도 했다. 온순하고 착했던 첫째가 마치 다시 어린 아기로 돌아간 것 같이 행동하는 것이 P는 당황스럽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응석을 다 받아주자니 아이가 앞으로 커가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불안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되냐고 묻는 P의 표정에 지칠대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임상심리가인 다나카시게키는 이런 아이의 퇴행 행동은 '건강한 SOS'라고 이야기한다. 부모의 사랑이 필요하지만, 이 마음을 잘 표현할 수는 없고, 혹시라도 동생을 돌보느라 바빠 보이는 부모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어리광 부리고 싶은 마음을 너무 참다보니, 결국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가서 부모의 사랑을 되찾으려고 하는 무의식적이고도 자연스러운 행동 패턴이라는 것이다.
한편, 어리광은 또한 부모에 대한 아이의 '신뢰'와 '기대'라고도 한다. 부모에게 어리광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통해 아이는 세상에 대한 안심감과 신뢰를 쌓아가게 된다.
어린 아이가 퇴행행동과 같이 부모를 힘들게 하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바라는 것은,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말과 스킨십이다. 따라서 이럴 때에는 "네가 있어서 엄마는 행복해.", "네가 태어난 날 엄마랑 아빠는 정말 기뻤어."와 같은 애정어린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것이 좋다고 다나카는 조언한다.
만약 부모 자신이 어린 시절 원부모로부터 충분히 어리광을 부리지 못하고, 성장과정에서 외로움이나 슬픔을 느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그때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던 그 감정들을 가지고 그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도 좋다. 그 당시 충분히 어리광을 부리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스스로가 부모가 되어 다시 마주한다는 기분으로 아이가 충분히 어리광을 부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만큼 온 힘을 다해 다정하고 따뜻하게 품어줘 보자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부모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경험하지 못했던 충분한 애정과 수용에 대한 결핍을 대물림하는 것을 멈추고,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에게도 치유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코칭질문(1) 어린시절 내 부모에게 들었던 가장 다정한 말은 무엇이었나요? 어떤 상황이었나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은 어땠나요?
코칭질문(2) 어린 시절 내가 부모에게 듣고 싶었지만 듣지 못했던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말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 말을 듣는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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