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부모의 신뢰를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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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한국부부행복코칭센 소장
밤늦게 들어온 아들이 코칭하고 있는 내 방을 쓰윽 열어보고는 손 인사를 하고 간다. 코칭을 마치고 아들 방에 들어갔더니 “아빠, 차 조수석 문짝을 긁어버렸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설명을 한다.” “아들, 운전하다보면 그럴 수 있어. 아빠 차니까 괜찮아. 수리하면 되지” 했더니 “아빠 고마워” 한다. 아들 녀석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여친과 헤어지고 결심을 했는지, 공기업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해서 드디어 큰 기업에 정직원으로 취업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교로 친구와 드라이브도 하고 축하도 해주고 싶다고 하면서 차를 빌려달라고 하여 하루 보험을 들어주고 빌려주었더니 벌어진 일이다.
에릭 에릭슨(E. H. Erikson)은 자녀들이 자랄 때 주 양육자를 비롯한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가 중요함을 인식하고 그의 발달 이론을 ‘심리사회적발달’이라 이름 붙였다. 그에 따르면 태어나서 1년 6개월 정도까지에 이르는 영아기 아이가 획득해야할 주요한 욕구는 신뢰감이다. 이것을 얻지 못하면 불신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의 영아는 자신의 욕구를 울음으로 표현한다. 배가 고파도 울고, 기저귀가 축축해도 울고, 어디가 불편하거나 아파도 울음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때 주 양육자가 민감하게 이러한 욕구에 부응을 해주면 아이는 양육자에 대한 신뢰는 물론 양육자 너머의 세상에 대한 신뢰를 하게 된다. 이는 더 나아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신뢰를 하게 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어린이집에서나 초등학교에서나 인생 전반에 걸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학습능력이나 리더십 등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녀석은 신혼 때 얻은 아들이라 그랬는지 양육과정에서 신뢰를 형성했던 모양이다. 내가 아내를 사랑해 주었었고, 아내는 그 사랑을 아들에게 전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자신감에 차있다. 어릴 때부터 친구관계도 좋고 리더십도 발휘하고 했다. 하지만 공부는 나를 닮았는지, 썩 잘하지는 못했고 늘 컴퓨터와 놀았다. 컴퓨터 게임으로는 항상 자기반에서 1등이라고 자처하더니 인문계고등학교 3학년을 앞둔 어느 날 “아빠, 나 직업학교로 가고 싶어.” “거기 가면 어떻게 되는데?” “거기서 열심히 하면 그 3학년, 1년간의 내신으로 대학도 갈 수 있어.” “그럼 그렇게 해서 가고 싶은 최고의 대학은 어딘데?” “모 대학 무슨 학과야.” “그래 그럼, 네 결정을 존중할게. 대신 그 대학에 떨어지면 다른 대학에 간다. 군대.” “알았어.” 이렇게 해서 아들은 결국 군대에 가게 되었다. 자신이 검색해서 알아보더니 통신대대 통신행정병으로 군대 가서도 컴퓨터와 놀았다. 그리고 제대하면서 상관들에게 잘 보였는지 삼성에서 진행하는 4개월간의 무료 IT교육에 추천받아서 교육을 마치고 금융감독원 전산센터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거기서 추천을 받아 지금은 KT 관련 모기업에 다니고 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지냈던 최진석교수는 자녀들에게 부모가 해줄 일은 딱 세 가지라고 했다. 그것은 ‘사랑해주는 것’이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기본적인 것을 채워주면서 사랑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믿어주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지 잘 할 수 있으리라고 말해주고 믿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가 ‘기다려주는 것’이다. 자녀는 이렇게 사랑해주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부모에게 배신하지 않는다. 반드시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코치들은 자신의 자녀들부터 코칭의 철학으로 믿어주어야 한다. 창의적이고 잘 할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고, 소중하고 온전한 존재라고 믿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코치부모로서 자녀를 대하는 태도가 된다면 우리 자녀들은 반드시 자신들의 잠재력을 꽃피우며 살 것이다.
성찰질문
1. 여러분은 자녀들을 사랑하고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있습니까?
2. 자녀가 실수를 한다면 어떻게 말해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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