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가 아닌 누림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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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1-08-21 00:27 28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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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6)

  정미현(남서울실용전문학교 아동가족학과장/KLC(코칭강사)
           한국부모교육학회 부회장/한국코칭학회이사)

  아름다운 계절 가을의 어떤 날이었다.
  산책도 하고 예쁜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며 즐거운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남편과 나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밖으로 향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난 수줍은 가을꽃들, 잘 정리된 나무들이 가득한 산 둘레 길을 걸으며, 감성이 풍부한 우린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산 주인의 세심한 손길에 연신 탄성을 질러대며 놀라워하고 행복해 했다.

  문득 ‘이 예쁜 산의 주인은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의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자기, 이렇게 예쁜 산을 가진 사람은 좋겠지요?”
  
  난 곧 후회했다. 목소리와 말은 예쁘게 했지만 이미 내 마음이 욕심이라는 놈에게 사로잡힌 것을 들켜버린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겉으로는 고상한척 하면서 부러움을 넘어 불만을 품으려고 까지 하는 나 자신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런 내게 남편이 말했다.

  “이거 모두 당신겁니다”
  “네?”
  ‘혹시 내 남편이 숨은 재벌?’

  너무 놀라 두 눈이 동그랗게 떠진 나를 보면서 크게 웃던 남편이 내게 말했다.
  “당신이 오고 싶으면 언제든 와서 즐겨요. 이걸 살 필요도 없어요. 오고 싶을 때 이렇게 언제나 올 수 있고 누릴 수 있어요. 여기 봐요. 당신이 좋아하는 분위기로 예쁘게 가꿔 놓았잖아요? 딱 당신 취향이지요? 이렇게 멋진 곳을 당신은 맘껏 즐기면 되요.”

  그렇다. 나는 모든 것을 즐기고 누리면 되는 것이었다.

  사회비평가 Jeremy Rifkin(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인 ‘소유의 종말’에서 앞으로의 시대는 소유의 시대가 아니라 접속의 시대라 이야기한다. 그의 책의 원서 제목인 The Age of Access(접속의 시대)에서 알 수 있듯, 이 세상은 더 이상 소유의 의미가 중요하지 않는 접속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

  아니, 20년 전에 그가 예견한 접속의 시대는 2020년을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 앞에 이미 성큼 다가와 있다.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며 소유는 접속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놀랍게도, 전 세계  550개 이상의 호텔과 리조트를 가진 기업보다도 단 한 채의 호텔도 소유하지 않은 숙박 공유 서비스업체의 가치가 더 크고,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글로벌기업보다 차량을 단 한 대도 만들어 팔지 않는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의 가치가 더 크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물질을 더 많이 소유하기보다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경험과 누림을 더 많이 하기 원한다. 일례로, 활기를 잃어가던 코엑스 몰을 인수한 신세계는 책과 더불어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문화공간인 스타필드 코엑스 몰 별 마당 도서관을 만들었는데, 10%에 이르던 공실률은 0%로 회복되고 인근 매출도 30%이상 오르는 등 놀라운 성공을 거두어, 3주년을 맞은 현재 별 마당 도서관은 강남권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급부상했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일들을 통해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경험과 누림이 물질의 소유보다 개인의 행복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소유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이제 구시대적 발상이 되어져가는 것이다.

  구시대를 살았고, 구시대적 교육을 받았고, 티끌만한 지식을 부여잡고 있는 나는, 오늘을 또 내일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시대의 흐름을 읽을 통찰의 지혜가 있기를, 미래를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 바르게 전하고 가르칠 삶의 지혜가 있기를 나는 내가 믿는 신에게 기도한다.

  그 일이 있은 후, 남편과의 데이트에는 언제나 풍성한 기쁨이 담긴 이런 대화가 오간다.

  “여기 정말 아름답지요? 이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그렇지요?”
  “그럼요. 그럼요”


  성찰질문

  1. 소유가 아닌 접속의 시대를 살아갈 다음세대에게 나는 어떤 가치를 심어 주고 있는가?
  2.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말하는가? 활용하고 누리라고 말하는가?
  3. 나는 삶의 모습 속에서 다음세대에게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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