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과다사용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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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 옥
ICF코리아챕터 감사, 전문코치(KPC), 광신대학교 복지상담융합학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초중고 학생들의 순차적 등교가 결정되면서 학교 교문이 활짝 열렸다. 코로나 19로 휴교령이 내린 후 교정에 나타나지 않은 아이들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까. 수줍은 듯 연둣빛 신호기를 세우던 나뭇가지들이 초록빛 분장으로 꽃과 열매를 피우더니 뜨거운 여름을 불렀다. 외로워하던 교정의 나무들이 늦게 내린 봄비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을 맞아들였다.
포스트 코로나로 대학에서도 학생들과 교수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IT산업을 선도한 기업들, 전문가들, 발 빠른 정책의 도움으로 코로나 19 위기에 하마터면 놓칠 뻔했던 교육의 공백을 메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지난 주 줌(ZOOM)으로 주말반 마지막 강의를 마쳤다. 늘 하듯이 스마트폰으로 학과 단톡방에 보내온 수업요약본인 ‘손 마인드맵’ 사진을 보며 학생들의 이해도를 가늠하는 중이었다.
‘교수에 대한 질문’을 읽고 얼굴도 잘 모르는 학생들을 향해 보낼 답을 준비한다. 학생들, 사람들과 소통하며 하룻동안 손에서 스마트폰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정신건강 분야 중 중독과 관련된 질문들 중에서 스마트폰중독에 대한 걱정들이 많았다. 그중에 학교에도 못가고, 밖에 놀러 나가지도 못하여 심심해 하길래 장난감처럼 손에 쥐어준 중학생아들을 둔 엄마의 고민이 걱정이 되었다.
“처음에는 하루 한 시간 허락하였다가, 점차 두 시간, 세 시간으로 늘려주었는데 등교가 결정된 이후로도 집에서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느라 말도 없어지고 눈도 맞추지 않아요. 아침에 학교 가는 것도 힘들어해요.”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심정이 얼마나 애타고 답답하셨을까요.”
스마트폰으로 코칭을 하면서 상대가 알아차린 주요원인은 ‘매일 한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중독은 습관적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될 때 지름길을 간다. 한 시간이라고 가볍게 여기다가 아이가 집안일을 돕거나 하면 조금씩 늘려준 것이 이제는 통제 불능이 된 것이다. 일단, 20문항의 ‘휴대폰중독질문지’결과 아이의 상태가 전문적인 치료상담를 받아야 할 중독적 수준임을 확인하였다.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므로 집에서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찾아가서 상담을 받도록 권유하였다.
물론, 초기라면 아이와 대화하면서 평소 하고 싶어 했던 활동들을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동참하게 하여 서서히 시간을 대체해가면 좋다. 그리고, 지금 현재의 모습과 아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바라보게 하여 메타-인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스스로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만이 즐겁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는 등, 비합리적인 신념이 있다면 그 신념이 합리적이고 유용한가를 따져보게 한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지 가늠해 보게도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유익을 주는 독백의 말을 정하여 자주 연습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는 것이 도를 넘어서 의존이 되고 중독이 되면 주의력, 집중력, 정서불안, 수면장애 등이 올 수 있다. 장혜진(2002)의 연구에 의하면 자기통제력이 결여되고 정서가 불안하며 문제해결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과도한 사용은 병리적인 중독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박순천 ‧ 백경임,2004). 점차 공격적으로 되고 심하면 우울감이 커질 수 있다. 주변에는 중독을 불러오는 다양한 매체들이 있다. 인터넷, 게임, 쇼핑, 도박, 사이버마약, 알콜중독 등,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한번 중독에 빠지면 완치는 없다. 만성질환처럼 평생 주의해야 한다.
뇌과학자들이 말하기를 우리 뇌의 전두엽의 뇌신경중 30%는 양손으로 연결되어있고, 25%는 입으로 연결,15%는 양발로 연결되어있다고 한다. 본대로 생각나는 대로 소리내서 말하고 손발을 움직이며 뛰어 노는 과정이 두뇌발달에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교육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세계에서 가장 지능이 높다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교육방법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소리 내서 책을 읽고 외우던 우리나라 선조들의 공부 방법과 어려서부터 경전인 이슬람코란을 소리 내어 외우는 이스라엘 아이들의 모습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일상을 기대면 입과 손과 발이 게을러진다. 언어발달, 사고발달, 운동신경발달이 늦어진다. 발달은 생애주기별로 때가 있다. 농부가 겨울동안 준비한 농삿거리를 봄부터 파종하고 잘 가꾸어야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듯이 우리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발달주기에 적합한 활동들을 놓치면 결손이 되는 것이다. 기다려주지 않는다.
옛 말에 남의 힘을 빌리면 내 힘이 약해진다고 했다. 일일이 사전을 들여다보고 찾으며 생각해야 풀 수 있던 문제가 클릭과 드래그 몇 번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자기 힘이 아니라 남의 힘으로 쉽게 정보를 빌려서 붙여서 과제를 낸다. 자기 힘을 키워야 할 성장기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힘을 키우도록 편하고 쉽고 빠른 스마트기기가 건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사소통은 2G폰으로 충분하다.
얼마 전 집안에 행사가 있어서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데 옆 테이블에서 두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떠들었다. 순간, 아이 엄마인 듯한 젊은 여성이 스마트폰을 꺼내서 화면을 열고 손에 쥐어주자 싸늘하게 조용해졌다. 직업적 본능일까, 깜짝 놀랐지만 옆 테이블의 고요를 깰 자신이 없어서 며느리와 대화하는 것으로 안타까움을 대신하였다.
그리고, “나마스테~”하며 흔들리는 내 마음을 진정하고 축복을 빌어보았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중략>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구절을 읊조리며 옆 테이블 가족의 행복을 기원한다.
누구라도, 아직 어릴 때, 아직 진행이 덜 되었을 때, 문제를 알아차렸을 때, 미리 준비한 관심과 기본 지식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성찰질문1:나는 중독문제에서 자유로운가?
성찰질문2:나는 누군가의 중독문제를 알면서 공동의존하고 있지는 않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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