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전하는 위로의 말 ‘괜찮아’

관리자
2021-08-2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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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희(충청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 한국부모교육학회 부회장) 사람들은 말했다. “딸 낳으면 비행기 타고 아들낳으면 기차 탄다는데 딸 낳아 좋겠네.“ 우리엄마는 웃음을 지었다. 채은선 그림책 작가의 「딸은 좋다」라는 그림책의 첫 구절이다. 나도 두 딸을 낳고 주변에서 ‘딸 낳아 좋겠다’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우리 시댁엔 4명의 남자형제들이 남편을 제외하고 모두 아들만 둘씩을 오묘하게도 낳다보니, 시댁에서 딸손주, 여조카의 캐릭터는 환영 그 자체이고 부러움 자체였다. 내가 어찌 해서 일어난 일도 아니건만, 난 딸 낳아 ‘좋다’를 실감할 수 있었고 그런 딸들과의 소통을 자랑해왔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상담자처럼, 때론 아이가 엄마이고, 내가 딸인 것처럼 각자의 역할을 변화시켜주며 서로의 역할을 감사하며 만족해왔다. 하지만 딸이 커가며 딸부모가 늘 만족스럽기만 한 자리는 아님을 요즘들어 깨닫는다. 아이는 어느덧 사춘기가 되고, 난 중년의 갱년기가 되어 흔히들 말하는 사춘기와 갱년기의 격투가 매일의 일과 속에서 아침저녁의 평화를 깬다. 그 ‘좋다’던 딸 아이가 엄마에게 거친 말들을 쏟아 붓는다. ‘엄마는 왜 그래?’ ‘다른 엄마들 좀 봐!’ ‘엄마는 왜 그렇게 못하면서 나보고 뭐라고 그래?’ 가만히 보니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낯익은 말투이다. 내가 아이한테 했던 말투가 반사되고 있었다. 갑작스런 아이의 변화는 부모를 당황케 하고 혼란스러움을 경험하게 한다. 망연자실한 갱년기는 성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재촉한다. ‘왜 그래?’ ‘도대체 왜?’‘ 무얼 어쩌라는 거야’, ‘어떻하라구!’ 라며 아이에게 다그치듯 되묻는다. ‘나보고 어쩌라구?!’ 사실 어릴 적 아이들은 부모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 달라 요구한 적이 없었다. 다만 ‘나, 봐’ ‘나, 좀 봐줘’ 라는 sos만을 청했을 뿐인데, 부모는 아이의 sos에 성급히 추궁한다. ‘왜그래’라고! ‘그러면 안돼‘라고! 요구하고 재촉한다. 따뜻한 신뢰의 눈빛과 공감의 토닥임만으로도 그들은 위로받았을 것을 지나고보니 부모의 위로가 필요할 때, 부모의 초조함을 주었다. 한강의 ‘괜찮아’라는 시를 떠올려본다.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안을 수없이 돌면 물었다. 왜그래 왜그래 왜그래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젠 괜찮아. 한강의 시를 조용히 읊조리며 다짐해본다. 아이가 힘들게 자기만의 성장통을 겪을 때 부모가 해야 하는 말, 왜그래가 아니라 괜찮아라고 격려해야지. 아픈 성장통이 지나고나면 ‘딸은 더 좋다’라고 다시금 이야기할 수 있겠지. 성찰질문: 1.당신은 어떻게 위로받고 싶습니까? 2. 당신의 아이는 어떻게 위로받길 원합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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