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불능의 인생

profile_image
관리자
2021-08-21 21:33 315 0

본문

정미현(남서울전문학교 아동가족학과장/KLC(코칭강사)
              한국부모교육학회 부회장/한국코칭학회 총무이사)


  ‘넌 참 이상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고 있는 이 말은 상대방이 정상이 아닌 이상상태라는 심각한 표현으로 그 뜻을 알고 나면 사용하기 꺼려지는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보다 더 심한 이런 표현을 하기도 한다.
  ‘으이그, 넌 구제불능이야.’

  해마다 학기 초에는 새로운 학생들이 좌충우돌 여러 가지 사건들을 일으키며 적응해가는 과정을 겪곤 하지만 한 해는 유독 특이한 학생이 있었다. 그의 언행은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고, 과업성취도는 낮은 반면 상대가 누구이든 싸워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학생이었다. 그가 있는 곳은 매일 전쟁터로 변할 정도로 그는 ‘싸움닭’처럼 분란을 일으키는 그야말로 구제불능으로 여겨지는 학생이었다.

  한 학기동안 시간적으로 물질적으로 온 힘을 기울여 그 학생에게 집중한 결과 그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됐고, 그의 상황과 감정을 공감하게 됐고, 그도 변해가기 시작했다. 새벽 2시에도 기분 나쁜 일이 생각나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임에도 내게 장문의 ‘카톡 폭탄’을 보내 항의를 하던 그가 차츰차츰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감정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달이 넘는 여름 방학을 보내고 9월 새 학기가 시작되어 다시 만난 그는 예전의 그로 다시 돌아가 있었다. 구제불능으로 보이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보다, 그가 손목을 그어 자해를 하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보다 더 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꼈다.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위고’가 17년 동안 집필하여 1861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가족을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치다 잡혀 19년에 걸친 감옥살이를 살게 된 ‘장 발장’은 사회에 대한 불신과 원망으로 가득 찬 구제불능의 인간이 되 버렸지만 ‘마리엘’주교의 사랑과 용서 앞에 회복되어 베푸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때, 마리엘 주교가 장발장을 용서하지 않았다면?
  그때, 마리엘 주교가 다시 한 번 손 내밀어 주지 않았다면?

  마침 장발장 영화를 보던 나는 구제불능 같은 그 학생에게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공감적 경청을 하고, 다시금 밥을 같이 먹고, 그의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 그를 만났던 때처럼 의욕 넘친 자세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힘도 더 나지 않았고 의욕도 더 안 생겼지만 억지로 힘을 내보았다. 억지로 용기를 내 보았다. 그 안에 긍정의 힘이 있을 것을 믿어 보았다. 그 역시 성장하고 나아지려는 욕구가 있음을 믿어 보았다. 그 안에 무한한 잠재력이 있음을 믿어 보았다. 감사하게도 그는 변해갔다. 그가 변해감에 따라 나도 같이 성장했다.
  예쁘고 착하고 멋진 학생은 누구나 제자삼고 싶다. 누구나 돌볼 수 있다. 그러나 다루기 힘든 학생을 내가 견디어 내고 다루어 내어 그가 나의 가장 사랑스런 제자들 중의 한명이 됐을 때의 기쁨은 나를 더욱 성숙한 선생으로 변화시킨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 할 것인가?
  
  구제불능이라고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기 바란다.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가치를 우리가 붙잡는다면 구제불능은 없다. 힘들지만 다시 한 번 아파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것이 부모로, 코치로, 교사로 부름 받은 우리의 사명이라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붙들어야 할 가치라고 믿는다.


  성찰질문

  1. 구제불능같이 보이는 그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믿어주고 손 내밀 수 있는가?
  2. 훗날 나는 어떤 부모로, 어떤 코치로, 어떤 선생으로 기억되기 바라는가?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