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또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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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후 (우송대학교 IT융합학부 교수. 2020.12.30)
NLP의 전제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의도가 있다.”
“사람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한다”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서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는 최선이 아닐지 모르지만 본인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의 이면에는 (비록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항상 긍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아이의 스마트폰에 깔린 게임을 두고 저절로 깔렸다고 거짓을 말하는 아이도, 호기심에 한 번 깔아서 해봤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도, 대답하기 싫어 고함을 지르고 방문을 닫아버리는 아이도 모두 자신의 상황과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믿기 어렵기도하지만) 그 속에 긍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최선과 긍정적 의도는 부모의 잣대에 어긋나 왜곡되게 인식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어떻게하면 자녀의 긍정적의도와 최선의 선택을 읽을 수 있을까?
한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응 / 아니”를 제안한다.
“새해부터는 ㅇㅇ가 스스로 시간을 잘 알아서 사용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이제 한 살 더 먹었으니까 제가 알아서 해볼게요.”
“그래 우리 ㅇㅇ가 기특하구나. 그럼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음.. 우선 게임을 한시간 먼저하고, 그리고 쉬었다가, 공부를..”
“아니, 내 말은 공부를 어떻게 할까를 얘기해보자는 거야.”
“네. 그러니까 공부하다가 게임 생각나면 안되니까 게임 먼저하고 그리고 공부를 시작하려구요..”
“아니. 공부를 먼저하는 방법을 같이 이야기해볼까?”
나도 모르게 자녀와 대화를 하다보면 자녀의 말에 대한 반응을 “아니”라는 말로 시작하는 때가 많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내 말은…”
“아니 어떻게..”
“아니 왜..”
“아니”를 듣는 순간 자녀는 자신의 얘기가 부정되고 있음을 느끼고 공격과 방어로 전환하게 된다.
이럴때 부모가 대응을 “응” 으로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 우리 ㅇㅇ가 기특하구나. 그럼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음.. 우선 게임을 한시간 먼저하고, 그리고 쉬었다가, 공부를..”
“응. 게임을 먼저 하고 공부를 하려고 하는구나.”
정-반-합의 원리가 있다. 현재 상태(정)와 상반되는 것(반)과의 갈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합으로 진화해 나가는 변증법적 논리이다. 우리의 자녀도 이러한 정반합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으로 나아갈 건강한 ‘반’을 제시해야 하며 이것은 앞서 말한 “응”의 대응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음.. 우선 게임을 한시간 먼저하고, 그리고 쉬었다가, 공부를..”
“응. 게임을 먼저 하고 공부를 혀는 거구나.”
“네. 그러니까 공부하다가 게임 생각나면 안되니까 게임 먼저하고 그리고 공부를 시작하려구요..”
“응. 그런 생각이었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엄마는 게임을 먼저하면 머리에 게임 생각이 더 오래 남아있을 것 같은데.. 공부를 먼저 시작하는 방법도 찾아볼 수 있겠니?”
성찰질문:
나는 “응”과 “아니” 어느쪽 대응을 많이 하는가?
나는 자녀에게 정-반-합을 이끄는 질문을 제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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