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본문
김 경 옥
ICF코리아챕터 감사, 전문코치(KPC), 광신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버츄 FT.
“우아앙~” 주말 저녁만찬을 마치고 손주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에서 공놀이를 하고 놀던 중, 막내손주가 큰 소리로 울었다. 식후, 식탁에서 한담을 나누던 우린 깜짝 놀라 동시에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 둘째가 큰소리로 “00가 공으로 00얼굴을 때렸대요”라고 아뢴다. 셋째손주가 막내 손주얼굴을 향해 공을 던져서 볼에 맞고 울었다는 것이었다. 며느리가 다가가자 이번에는 공을 던진 당사자인 셋째가 더 큰 소리로 울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는지 울음이 그치고 위기 상황은 수습되었다. 막내손주가 방긋 웃으며 형아가 얼굴을 때렸다고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일렀다. 우린 안도의 숨을 내쉬며 함께 웃었다.
잠시 순간이지만, 엄마가 다가가서 바라봐주고 함께 있어준 그 시간이, 다친 아이에게도, 때린 아이에게도, 함께 바라다 본 아이에게도 사랑과 이해, 용서와 평온함 등, 배움의 순간이 되었을 터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봐주고 함께 하는 시간이 잦아질수록 아이의 정서 상태는 안정적이 되어간다.
어린 손주 넷을 키우는 며느리는 육아휴직기간에 학위에 도전하여 삼중고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뭐든지 열심을 다하는 며느리에게 간혹 내가 하는 말은 “네 몸이 외치는 소리를 들어주고 달래가며 하거라.”이다. 아무리 자기관리를 잘하는 며느리이더라도 이 시기는 참 힘든 시기일 터이다. 잠시나마, 그런 며느리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나의 마음의 빛깔을 들여다본다.
얼마 전 지역아동센터의 요청으로 초등 고학년 대상 3차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초중고 학생들을 합반해 달라는 요청에 성과가 낮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가장 시급한 학령기를 대상으로 하면 좋겠다고 하자 담당선생님이 초등 고학년을 선정해주셔서 3차시 기획을 하여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다.
1차시를 진행해보면서 처음 기획한 내용을 약간 변경하여 버츄프로그램과 정서카드로 내 마음 알아보기, 우리나라 애국지사들의 명언 필사, 마인드맵으로 표현하는 미덕, 버츄빙고, 조별 화이팅, 등 다양한 활동들을 시도하였다. 에너지가 넘치는 그 또래의 아이들의 언어, 태도, 역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었다.
매 시간 수업을 마치고 색종이에 새롭게 배운 점, 일상에서 적용할 점, 강사에게 부탁할 점 등을 써보도록 하였는데 정성껏 작성한 학생도 있고 건성인 학생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게 되어있다. 수업을 마치고 잠시나마 고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기특하였다. 아마도 조용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코로나사태로 휴관명령 등, 중간에 뜸을 두고 3주가 5주로 지연되긴 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역아동센터의 교사들의 수고로움에 대한 이해도 조금 더 할 수 있었다. 한참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학교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친구들과 접촉이 제한되고, 외부활동 마져 제한적인 어린이들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방과 후에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누군가가 맞이해주고 관심있게 바라봐주는 터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다.
비록 한 시간씩 이지만 산만하던 아이들이 점차 집중하게 되고, 내면의 생각들과 감정, 그리고 몸의 반응들을 말과 이미지로 풀어내는 시간을 통해 차분해졌다. 그리고 처음엔 시선을 집중하지 못하고 부산하던 몇몇 아이들이 눈을 마주치고 웃으면서 질문도 해주었다.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되어 기뻤다.
2차시 후 담당선생님과 잠시 짧게나마 대화의 시간이 있었다.
고객: 우리 아이들을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코치: 아, 불러주셔서 감사하지요. 애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정말 애쓰십니다.
고객: 애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아주 산만해요.
코치: 산만한 아이들을 점차 나아지도록 하시는 선생님은 위대하신 분이에요.
고객: 아, 감사합니다. 수업하시기 힘들진 않으셨나요? 저희도 힘든데.
코치: 아, 괜찮습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넘치는 에너지를 긍정의 방향으로 쏟아 붓게 하는 작업을 시도해보았는데 아이들에게 맞았던가 싶습니다.
고객: 또 언제 오시냐고 아이들이 물어보곤 하더라구요. 재밌어해요.
코치: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시는 선생님은 참 훌륭하세요. 마지막 까지 대상에 변경은 없을까요?
고객: 마지막 시간은 몇 명이 빠지게 되는데 중학교 1,2학년을 몇 명 추가해도 될까요?
코치: 네, 좋습니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시려고 하시는 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선생님은 열정적이면서도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십니다.
고객: 웬지 강사님과 대화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보람이 느껴지네요.
코치: 선생님이 하시는 일들을 정말 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일이고 국가적으로도 큰 프로젝트입니다. 선생님의 눈빛에서 사랑이 느껴지고 목소리에서 정이 묻어나서 감동입니다.
고객: 정말 감사합니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행복을 위해서는, 행복해지는 데는, 얼마나 작은 것으로 충분한가! 더할 나위 없이 적은 것, 가장 미미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도마뱀의 바스락거림, 한줄기 미풍 찰나의 느낌, 순간의 눈빛……. 이 작은 것들이 최고의 행복에 이르게 해준다. 고요하라.”라고 했다.
힘든가? 힘이 든다고 생각되면 고대 수피가 마음의 평정과 조화와 지혜를 가져다줄 무언가를 찾는 왕에게 주었다는 글귀“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가 적힌 반지를 떠올려보라.
에너지가 충만한 아이들과의 세 시간 동안, 관찰자로서, 그 상황에 동일시하지 않고 진정한 자유와 깨달음을 얻었다. 평소와 달리, ‘무저항, 무판단, 무집착’의 보물을 잘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성찰질문1: 나는 오늘 누군가의 고요함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성찰질문2: 나는 오늘 무저항, 무판단, 무집착 상태로 힘든 누군가와 현존하였는가?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