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적 자기애

관리자
2021-08-22 16:40
311
0
본문
(2020. 11. 27) 정미현(남서울전문학교 아동가족학과장/한국부모교육학회 부회장) 취업을 한 제자가 어느 날 우울한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했다. 첫 월급을 탄 제자는 그의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닭갈비를 사드리고 10만원의 용돈을 드렸는데 어머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이리 맛없게 음식을 한다니? 반찬도 하나같이 성의도 없고” “아, 미안 엄마! 여기 맛 집이라고 해서 내가 힘들게 알아보고 온 건데” 평소 그의 어머니가 감정기복이 심하고 매사에 감사하기보다는 흉을 보거나 불평·불만이 많았었기에 조금은 염려를 했었다고 한다. “내 친구 딸 있지? 하영이(가명). 하영이는 첫 월급 타서 엄마한테 30만원을 줬다는데 넌 10만원이니? 10만원을 요즘 세상에 어느 코에다 붙이니?” 그녀는 나지막한 소리로 내게 말했다. “엄마랑 있으면 저는 못난 아이가 돼요. ‘나는 이것도 잘 못해. 이런 사소한 것도 잘 못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을 하게 돼요. 저를 한없이 바닥으로 끌어당기세요. 예전엔 엄마 마음에 들려고 무지 노력했었는데 이젠 너무 힘이 들어요. 문득 분노가 치밀고 포기하고 싶어져요.” 아르바이트로 등록금뿐 아니라 용돈까지 스스로 벌어 쓰던 착하고 씩씩했던 그녀, 그녀의 어머니가 학교로 와서, 5만원의 용돈을, 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뺏듯이 받아가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신체 건강한 40대의 어머니가 어렵게 학교 다니는 딸에게 용돈까지 받아간 것이었다. “어머니가 용돈을 받아갔다고?” “네~ 교수님, 그런데 걱정 마세요. 전 괜찮아요. 오늘 알바 월급날이에요.” 어른이지만 어른 같지 않은, 몸만 어른인 그 엄마 그 엄마는 미나(가명)를 떠올리게 한다. 미나는 몇 년 전 졸업한 학생으로 미나를 보면 ‘공주병’, ‘불안장애’, ‘정서불안’, ‘애정결핍’ 등의 단어들이 떠올라 마음이 복잡해지는 독특한 학생이었다. 혼자만의 과업을 잘 해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협력하는 과업을 잘 하는 학생이 있다. 둘 다 잘 해내는 학생도 있고 둘 다 못하는 학생도 있다. 그들은 본인에 대해서 어느정도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 그러나 미나는 개인적인 성취도도 낮을 뿐 아니라 규칙이나 규율을 무시하기 때문에 단체 활동이나 대인관계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멀리하는 것은 본인을 질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었다. 중요한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해 가는 과정 속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90%이상의 성취를 보일 때 미나는 10%의 수준을 넘지 못했음에도 본인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았고 실패의 원인을 또래학생 탓, 상황 탓, 학교 탓을 하면서 다른 학생들의 성공적인 수행에 대해서 어쩌다보니 운이 좋아 그렇게 된 것으로 평가 절하했다. 일상 속에서 감사나 만족은 부족한 반면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높은데 노력은 하지 않아 성취도가 낮으니 자존감은 낮고, 열등의식이 있는 반면 특권의식이 강해 날카롭고 공격적이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꿈과 목표가 바뀌고 감정기복이 심한 참 힘든 특별한 학생을 관찰하면서 미나가 ‘유아기적 자기애’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원인을 알았으므로 매주 2회에 걸쳐 미나와 상담을 시작했고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것을 매우 꺼리던 미나는 울면서 스스로의 문제점을 이야기 했다. 졸업을 앞두고 미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에 대해서 스스로 알아본 것을 내게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진단기준을 내게 보여주며 본인이 얼마나 변했고 성장했는지를 자랑했다. 어린 시절 부정적 정서를 수용 받지 못하거나 기본적 삶의 욕구가 좌절되고 상처입어서 혹은 지나친 과잉 보호 속에 자라게 되어 자율감과 주도성을 키우지 못하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내는 근면성을 길러야 할 학령기에 근면성을 기르지 못함으로, 더 자라 청소년기에 자신에 대해 알아가기를 하지 못할 때, 인간은 유아기적 자기애에 머물러 타인의 자존감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 주기를 요구하며 그들을 갉아먹으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기에 한 인간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바로서기까지 내 소유가 아닌 내게 맡겨진 사역으로, 나의 사명으로 자녀와 학생과 내담자를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성찰질문 1. 나는 내게 맡겨진 자녀와 학생들을 과잉보호 하는가? 방임하는가? 2. 나는 일정수준의 사랑과 지지 그리고 격려를 보내고 있는 부모·교사·코치인가? |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