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시대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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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시대의 선물
이정은 : 한국생명존중운동본부 회장 / 이정은 인 디자인 대표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구글, 네이버, 유튜브와 같은 검색엔진과 플랫폼을 이용해 정보를 얻고, 지식을 축적하며 의견을 정립합니다. 그러나 편리함과 신속함이라는 디지털 시대의 선물을 누리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바로,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가 특정한 알고리즘에 의해 걸러지고, 배치되며, 제시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사와 기호를 분석하여 우리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것이 반복될수록 우리가 보고싶은 정보만을 보게되고, 믿고 싶은 것만 더 믿게 되는 ‘확증편향’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은 효율적이지만, 사고의 폭을 점점 좁히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마치 거울과 같습니다. 우리가‘좋아요’를 누른 게시물,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 시청 시간이 긴 영상 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어 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거울이 이미 익숙한 모습만 반복적으로 반영한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나와 비슷한 의견’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안락함을 느끼며, 새로운 관점과 반대 의견을 피하게 됩니다.
물론, 알고리즘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시간과 노력을 아끼는 도구일 뿐, 스스로 편향을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이 거울의 반영만을 진실로 여기고,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태도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확증편향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독서를 통해 사고, 지식, 인식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균형 잡힌 관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독서는 낯선 세계를 경험하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것은 알고리즘이 제공할 수 없는 귀중한 경험입니다. 예컨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반대 입장의 작가가 쓴 책을 읽어보면서 질문을 던지고, 배경 지식을 확장하며, 더 깊이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저자이자 기술과 인지과학, 인터넷이 사회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의 저서『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2010)』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검색 알고리즘과 디지털 도구에 의존할수록, 우리의 뇌는 깊은 사고와 집중을 요구하는 작업에 대해 점점 더 약해진다. 우리는 더 이상 정보의 맥락을 깊이 이해하거나, 그 정보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질 때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이 말은 검색 알고리즘이 빠른 정보 탐색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깊이 있는 사고 능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깊은 사고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고 경고합니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사고를 한 방향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합니다. 검색 키워드를 다양하게 설정하고, 반대 의견이나 다양한 시각을 가진 콘텐츠를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 영상을 따르기보다는 스스로 다른 채널을 탐색하거나, 구글 검색 시 상위 검색 뿐 아니라, 뒷 페이지에 숨겨진 정보도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합니다.
디지털 기술은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활용 하는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선택입니다. 알고리즘의 유용성을 활용하되, 다양한 독서와 열린 마음으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균형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사고의 깊이나 폭을 키울 수 없습니다. 책 한 권, 그리고 스스로 던지는 한 가지 질문은 알고리즘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이끌 수 있습니다. 2025년 알고리즘 확증편향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늘부터 한 권의 새로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성찰질문
당신이 사용하는 검색 알고리즘에 대해 문제인식을 하고 있습니까?
알고리즘의 덫에서 깨어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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