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존재(Being)에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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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모교육학회
2024-09-08 15:54 6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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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존재(Being)에 집중할 때


남서울대학원 코칭학과 박사과정 김미양



  코칭을 배우게 된 동기는 다양하지만, 배움의 길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접하는것이 코칭철학이 아닌가 싶다. 코칭의 도구는 오로지 언어이기 때문에 코치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고객을 대하느냐에 따라 코칭의 결과는 매우 달라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그 어느 분야 보다도 철학이 강조되는 분야가 코칭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잘 아는 코칭의 기본 철학 중 제1은 모든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코치들은 내 앞에 앉은 고객이 무한한 내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고객들이 스스로 코칭의 주제와 목표를 정하고, 해결점도 찾아가도록 좋은 파트너가 되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코칭이 끝나면 코칭이 코칭다웠는지, 자신이 코치다웠는지 점검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그런 탓일까? 한번은 코치들끼리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 “나는 왜 이렇게 남편과의 관계가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남편과 대화만 하면 짜증이 나 죽겠어” 그러자, 다른 코치가 대답했다. “남편을 상대로 코칭을 해봐” 그랬더니 너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이미 해봤지, 하지만 남편은 고객이 아닌 걸... 돈을 안 내잖아”

그 대답에 모두들 까르르 웃었다. 어찌 돈 때문이랴? 중요한 건 우리가 상대방을 누구로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 관계의 본질적인 시작이란 의미일 것이다.


 자녀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엄마들은 코치들을 찾아와 말한다. ‘우리 아이는 이러 이러한 문제가 있다.’ ‘ 우리 아이와 번번이 부딪친다’ ‘내가 뭔가 잘못하는 것 같다’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엄마들은 답답해한다. 게임중독, 성적하락, 등교거부, 또래관계, 버릇없는 행동, 나쁜 말투, 잘못된 생활 습관 이런 갖가지 문제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또 아무 문제가 없지만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수 있는지를 고민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고, 아이가 더 누리고 더 행복해지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엄마라면 누구나 그런 고민을 해야 된다고 믿고, 그것이 당연한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엄마의 마음과 달리 아이들의 행동과 성과는 엄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면 실망하고 그런 아이들의 태도를 문제로 여기게 되기 마련이다. 여기저기 가서 강의도 듣고 심리상담도 받아보고, 다른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배움도 청한다. 엄마들은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고 대해야 할지 그 방법에 집중한다. 왜냐하면 엄마들의 초점은 아이의 행동과 태도에 집중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억해보라. 아이가 간난아기였을 때를. 아이가 무엇인가 했기 때문에 행복하고 기뻤었는가? 아기가 울면 엄마는 곧장 알아채고 ‘아이고, 우리 아가 배고프구나’ 하면서 젖을 물린다. 아이가 젖을 꿀떡꿀떡 잘 받아먹으면 또 이렇게 말한다. ‘ 아유 잘 먹네, 예뻐라’ 또 기저귀를 갈아줄때는 어떤가? 방긋 웃으면서 ‘우리 ○○이 똥도 예쁘게 쌌네’ 기특하게 아기를 바라본다. 아이는 그저 생존 본능에 따라 먹고 싸지만 그런 작은 것 하나 하나가 모두 기쁨이고 행복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그 존재 (Being)자체가 엄마에게 전부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자라기 시작하면 엄마는 아이의 행동(Doing)에 집중하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때는 실망하고 못마땅해하고 잔소리를 하며 야단을 친다. 설교중에 목사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 여러분이 자녀들에게 노여워하거나 불효막심한 놈이라고 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아이들은 3세 이전에 평생 할 효도를 여러분에게 다 했습니다. 당신의 자녀들 때문에 웃고 행복했던 때를 기억하십시오” 오래전에 들었던 말씀인데도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가르치는 것을 중단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마음을 기울여 살펴보라는 얘기이다. 코칭은 존재(Being)과 행동(Doing)을 모두 다룬다. 그러나 출발은 존재이다. 즉, 내가 지금 아이라는 존재 (Being)에 집중하는지, 아이의 행동(Doing)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태어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 충분했던 내 아이였던 때를 떠올리면서 존재를 충분히 인정해 주리라 마음먹고 자녀를 바라보라. 그 눈을 바라보고 말해주라. ‘ 너는 아주 존귀한 존재란다. 나는 너로 인해 기쁘단다’ 그러면 자녀를 대하는 나의 시선과 언행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 진심 어린 엄마의 마음과 변화를 자녀도 분명히 알아차리고 자녀 스스로 존귀한 자 답게 변모할 것이다. 그리고 자녀와 엄마의 관계도 놀랍도록 변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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